남녀노소를 떠나 그 사회 구성원에게 획일적으로 강요되는 사회화 과정은 적응한 자들에겐 축복이지만 적응하지 못한 자들에겐 일종의 폭력이다. 특히 한없이 자유로운 수백, 수천만의 각기 다른 어린 영혼들을 어른이 옳다고 믿는 사회적 틀에 가두려는 것은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기존의 세계를 부인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고집하는 "왕따"들에게 더 주목하고 애정을 가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수지와 로베르토가 오랫동안 준비한 인형극이 시작된다. 모두들 들떠 친구들과 웅성대지만 오직 한 아이만이 객석에 우두커니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루이. 루이는 자기만의 세계 속에 갖혀 사는 아이다. 인형극이 시작되고 무대 위에는 "구씨"라는 이름의 인형이 등장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엔 뭐 하나 특별할 것 없는 구씨가 이상하게도 루이의 관심을 끌게 된다. 루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구씨에게 말을 건다. “안녕?” 이어 루이의 입에서 “안녕?”이라는 인사말이 연거푸 터져나온다. 눈을 활짝 뜨고 팔을 힘껏 펼쳐보이며 “안녕?”을 외치는 루이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앞에서 보여줬던 구부정한 어깨, 수그린 고개와 대조적이다. 닫힌 자기세계에서 조금씩 세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걸까. 구씨와 헤어져 집에 돌아온 루이는 다시 "구부정한 어깨, 수그린 고개, 시무룩한 눈빛"이 된다. 루이는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어 끝없이 아래로만 추락하는 꿈을 꾼다. 루이가 두려워하는 것은 나만의 세계를 인정치 않는, 먼저 사회화된 자들의 조롱이다. 그러나 꿈에서 깬 루이는 수지와 로베르토가 남긴 쪽지를 보고 기뻐한다. “밖으로 나가 녹색 줄을 따라가 봐.” 그곳에는 친구들이 미리 가져다 놓은 구씨인형이 루이를 기다리고 있다. "자기만의 세계" 속에 있는 친구를 "우리들의 세계"로 안내하려 애쓰는 친구들의 우정이 감동적이다.
저자소개
에즈라 잭 키츠 1916년 미국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첫 작품「눈 오는 날」로 칼데콧 상을 받았으며「안경」으로 다시 한 번 같은 상을 받았다. 대담한 색채의 콜라주 기법이 특징이며 어린이 책에 처음으로 흑인 아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큰 주목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피터의 편지」「피터의 의자」「안녕, 고양이야!」「여행」등이 있다.
정성원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는「아기양 울리의 저녁 산책」「늑대를 부려먹은 양 이야기」등이 있다
친구가 무엇인지에 대해 그리고 남에 대한 배려를 알려주는 책으로 그림이 매우 섬세하고 색감도 풍부하다. 루이의 작은 표정, 몸짓 하나하나가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어 부모들은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며 풍부한 이야기거리를 던질 수 있다
출판사 서평
미국에서 대표적 그림책 작가로 손꼽히는 에즈라 잭 키츠는 대담하고 풍부한 색채의 사용과 콜라주 기법의 활용 등으로 그만의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직접 쓰고 그린 작품 23여 권을 포함해 80여 권의 책을 썼으며 그 중, 흑인 아이 '피터'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어린이 책에 처음으로 흑인 아이 '피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눈 오는 날(1962)』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루이』는 1975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 하는 아이에게 친구들이 따뜻한 우정을 전하는 감동적인 그림책이다. 남을 배려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밝은 채색으로 부드럽게 전개되고 있어, 루이가 걸어가는 어두운 도시의 거리를 잊게 해 준다. (-Horn Book) 내 목소리를 내기에 앞서 친구의 입장에 서 볼 줄 아는 '진정한 친구의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밝은 색감만큼이나 환해지는 그림책 수지와 로베르토가 오랫동안 준비한 인형극이 시작된다. 아이들은 모두 제 친구 옆에 앉으려고 시끌벅적이다. 하지만 말없이 앉아 있는 한 아이가 눈에 띈다. 바로, 루이. 루이는 소심하고 자폐증세가 있는 흑인 남자 아이다. 루이는 다른 아이들과 노는 일도,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일도 없다. 그저, 자기 세계에 갇혀 지낸다. 그런 루이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정을 나누게 되는 일이 생긴다. 그 대상은 사람이 아닌, 인형 '구씨'이다. 구씨는 수지와 로베르토가 인형극을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여 만든 인형이다. 구씨가 등장한 인형극을 본 루이는 그 누구보다도 크게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게다가 굳게 다물었던 루이의 입에서 '안녕?'이라는 인사말이 연거푸 터진다. 루이가 “안녕?”, “안녕?”이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루이의 당당하고 시원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구부정한 어깨에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다른 장면과는 대조적이다. 그런 루이의 모습을 찾아 준 건 '구씨'이다. 즉, 닫힌 자기세계에서 조금씩 세상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계기가 된 셈이다. 루이는 꿈속에서도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심지어 아끼는 구씨마저 사라져 버린다. 루이가 현실 속에서 무엇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지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꿈에서 깨자, 루이는 꿈속과 다른 현실에 기뻐한다. 수지와 로베르토가 적어 놓은 쪽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루이가 쪽지에 적힌 대로 녹색 줄을 따라가 보니, 그곳에서 구씨가 반가운 얼굴을 하고 있다. 루이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구씨를 향해 뛰어간다. 수지와 로베르토가 루이를 위해 구씨를 선물한 것이다. 이 두 아이는 루이의 성격을 충분히 고려해 적정한 방법을 택했다. 즉, 직접적이지 않고 우회적으로 자신들의 마음을 전한 것이다. '친구'가 무엇인지, 남에 대한 배려가 무엇인지를 수지와 로베르토를 통해 가르쳐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