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준의 산문집 『스님, 메리크리스마스』. 전주시 예술가상, 거창 평화인권문학상, 천상병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쳐온 저자의 산문을 모아 엮은 이 책은 동매리 산골 외딴집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며 그곳에서 맺은 인연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리산 자락에 집을 마련하고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삶, 정을 나누고 의지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자연을 해치는 탐욕스러운 사람들에 대한 비판까지 모두 들려주고 있다.
봄에는 지인들을 모아 화전놀이를 즐기고, 여름에는 소나기가 후드득거리며 넓은 파초잎에 떨어지는 소리를 즐기고, 가을에는 감을 깎아 처마 밑에 주렁주렁 달아 놓고, 겨울에는 땔감용 나무들만 가득 쌓아두며 먹지 않아도 배부름을 느끼는 등 지리산에서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직접 그린 10여 컷의 그림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북소믈리에 한마디!낮잠이 오면 돗자리 위에 목침을 베고 누워서 뒤적뒤적 책갈피를 넘기며 부채를 살랑거리다 깜박 단잠에 빠지고, 밤이면 앞마당 평상에 모기장을 치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하며 보내는 여유로운 여름의 맛, 스님이 어디에 계시든 건강하시길, 따뜻한 국밥 한 그릇 공양하고 싶다는 마음, 고통스러운 현실의 삶에 무릎 꿇거나 맞서는 일도 오늘을 살아가는 일이라는 생각 등 외딴집에 홀로 살며 온통 고마운 것이라 여기는 저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