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정신을 옮기다
남종화는 드높은 학문과 고결한 인품을 쌓은 문인들이 그린 그림으로 문인화라고도 한다. 사실적인 표현보다는 내면의 정신적인 세계를 드러내는 것을 중요시하여 학문에 정진함은 물론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 붓으로 표현해 내는 수련이 필요하다. 그림 하나에 자신의 정신을 모두 담아내어 많은 이야기를 꽃피울 수 있게 하는 남종화의 매력은 김정희로부터 시작된다. 삭막했던 제주도 유배 시절에 그린 [세한도]는 남종화의 진수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황량하고 차가운 풍경 속에 꼿꼿하게 서 있는 소나무를 그린 이 작품은 비록 어려움에 처했지만, 선비의 올곧은 정신은 살아 있음을 드러내는 김정희의 마음을 담고 있다. 평생 열 개의 벼루에 구멍을 내고, 천 자루의 붓이 몽당해질 때까지 쉬지 않고 붓질을 했던 김정희의 예술혼은 허련에게 전수되어 빛을 발한다. 남종화의 정신과 화법, 필체를 고스란히 배운 허련은 산수화와 추사체가 잘 어우러진 [선면산수도]를 그리며 남종화의 대가로 불리게 된다. 수십, 수만 번의 붓질을 통해 마음을 수련하고 내면세계를 담아냈던 남종화를 통해 당시 끊임없는 노력으로 일구어 낸 문인들의 드높은 예술혼을 되새기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림에 대한 깊이 있는 역사 알기
부록에 수록된 ‘깊이 보는 역사-그림 이야기’에서는 조선 후기 그림은 어떻게 발달되었는지, 남종화의 특징은 무엇인지, 김정희와 허련은 어떤 그림들을 그렸는지 등을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조선 후기의 미술 역사를 엿볼 수 있고, 치열한 열정과 노력으로 그림과 글씨를 완성한 예술가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