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스승을 찾아내고 스스로 제자가 되어라
조선 후기 문인이자 화가였던 김정희는 시와 그림은 물론 서예와 금석학에 뛰어난 실력을 보인 당대 최고의 예술가였습니다. 그에게는 교유하는 벗과 제자, 선배들이 많았는데 그중 가장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함께 보낸 잊지 못할 제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시골의 그림쟁이였던 허련이었습니다. 허련은 당파 싸움으로 인해 낯선 제주도에서 유배 생활을 시작하게 된 김정희를 찾아가 시중을 들었던 유일한 제자였습니다. 하지만 김정희는 허련을 제자로 받아 주지 않고 ‘스승을 찾아내고 스스로 제자가 되라’고 말합니다. 이는 학문을 연구하고 끊임없이 수련하여 스스로 배움의 길을 얻어야 한다는 깊은 가르침이었습니다. 결국 허련은 스승 김정희가 박제가와 완원, 옹방강을 스승으로 섬기기 위해 열정을 다했던 것처럼 부지런히 책을 읽고 화첩을 연구하여 예술의 세계를 구축해 나갔습니다. 그런 제자를 기특하게 여긴 김정희는 제주도 유배 시절뿐 아니라 죽을 때까지 허련에게 글씨와 그림을 가르쳤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열정을 다해 함께 그림의 꽃을 피운 추사 김정희와 소치 허련의 이야기는 오늘날 대화와 소통이 부재한 사제지간에 새로운 귀감이 될 것입니다.



목차

담장 위에 고양이
구멍 난 벼루
스승의 문
제자의 길
눈서리에 소나무
마고할미의 손톱
세한도
산을 품은 부채

깊이 보는 역사 - 그림 이야기
작가의 말
참고한 책




출판사 리뷰

붓으로 정신을 옮기다
남종화는 드높은 학문과 고결한 인품을 쌓은 문인들이 그린 그림으로 문인화라고도 한다. 사실적인 표현보다는 내면의 정신적인 세계를 드러내는 것을 중요시하여 학문에 정진함은 물론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 붓으로 표현해 내는 수련이 필요하다. 그림 하나에 자신의 정신을 모두 담아내어 많은 이야기를 꽃피울 수 있게 하는 남종화의 매력은 김정희로부터 시작된다. 삭막했던 제주도 유배 시절에 그린 [세한도]는 남종화의 진수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황량하고 차가운 풍경 속에 꼿꼿하게 서 있는 소나무를 그린 이 작품은 비록 어려움에 처했지만, 선비의 올곧은 정신은 살아 있음을 드러내는 김정희의 마음을 담고 있다. 평생 열 개의 벼루에 구멍을 내고, 천 자루의 붓이 몽당해질 때까지 쉬지 않고 붓질을 했던 김정희의 예술혼은 허련에게 전수되어 빛을 발한다. 남종화의 정신과 화법, 필체를 고스란히 배운 허련은 산수화와 추사체가 잘 어우러진 [선면산수도]를 그리며 남종화의 대가로 불리게 된다. 수십, 수만 번의 붓질을 통해 마음을 수련하고 내면세계를 담아냈던 남종화를 통해 당시 끊임없는 노력으로 일구어 낸 문인들의 드높은 예술혼을 되새기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림에 대한 깊이 있는 역사 알기
부록에 수록된 ‘깊이 보는 역사-그림 이야기’에서는 조선 후기 그림은 어떻게 발달되었는지, 남종화의 특징은 무엇인지, 김정희와 허련은 어떤 그림들을 그렸는지 등을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조선 후기의 미술 역사를 엿볼 수 있고, 치열한 열정과 노력으로 그림과 글씨를 완성한 예술가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합니다.